모험을 꿈꾸는 꼬부랑 할아버지
영화는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의 어릴 적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명한 모험가인 찰스 먼츠를 동경한 칼은 어린 시절 폐허가 된 집을 아지트로 삼아 혼자 모험놀이를 하던 중 엘리를 만난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고 결혼까지 해서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결혼 후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엘리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은 절망한다. 그러던 중, 칼은 우울해하는 엘리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어린 시절 함께 꿈꾸었던 파라다이스 폭포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하고, 엘리와 함께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지만,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매번 돈을 쓰게 되고. 여행 일정은 계속 미뤄진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파라다이스 폭포를 가겠다는 꿈도 점점 잊혀가고, 칼과 엘리는 나이가 들어 흰머리가 지긋한 노부부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칼은 엘리의 어린 시절 액자와 집의 벽화를 보게 되고 다시 파라다이스 폭포를 가겠다는 꿈을 떠올린다. 그렇게 여행을 위한 비행기표를 사고 깜짝 이벤트를 위해 엘리와 함께 피크닉을 가지만, 갑자기 쓰러진 엘리는 병원에 가게 되고, 그대로 병원에서 죽게 된다. 그렇게 혼자 남은 칼은 엘리와의 추억이 가득했던 집을 홀로 지키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데, 주변 개발로 인해 집을 팔라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 그렇게 개발사 측과 갈등을 빚던 칼은 의도치 않게 폭력 사건에 휘말려 집을 떠나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대로 양로원에 들어갈 수 없었던 칼은 집도 지키고, 엘리와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풍선을 이용하여 집을 띄워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한다. 그렇게 여행길에 오른 뒤, 칼은 집 밖에서 기척을 느끼고, 거기서 러셀을 만나게 된다. 러셀은 보이스카우트 소년으로 경로 배지를 받기 위해 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칼은 냉정하게 거절했고,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러셀은 근처를 맴돌다 칼의 집이 떠오를 때 함께 휘말리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게 된 칼은 어쩔 수 없이 러셀과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얼렁뚱땅 시작된 러셀과 칼은 무사히 모험을 마칠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진짜 모험은 가까이에 있어
칼은 어릴 때부터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던 엘리를 잃고 난 후, 계속 무기력하게 살다가 모험이 시작된 뒤엔 다시 활기가 넘치게 된다. 초반의 칼은 러셀과 동물들에게 매우 까칠하게 굴지만, 함께 이런저런 고난을 이겨내면서 정이 들게 되면서 점점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다. 엘리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이 너무 소중했던 칼은 처음에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집을 지키려고 하고, 나중에는 그 집이 불타게 되면서 이성을 잃게 되어, 함께 모험하던 더그를 쫓아버리고 케빈을 구하러 혼자 가겠다는 러셀을 가게 내버려 둔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타고 남은 가구와 물품들을 수습하다 엘리의 옛 노트를 보게 된다. 거기서 엘리가 '내가 하고 싶은 일들' 란에 칼과의 결혼 생활 사진들을 잔뜩 붙여 놓고, 마지막 사진 밑에 '당신과의 여행, 고마웠어, 이제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요'라는 메시지를 보게 된다. 이에 칼은 많은 것을 느끼고 케빈을 구하러 러셀의 뒤를 따르고, 러셀과 더그를 비롯한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찰스와 싸우다 나중에는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집도 버리게 된다. 나는 이 영화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나이 먹어도 모험이든 뭐든 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한 고집 불통 노인의 단순한 모험기가 아니라, 꿈도 좋고 추억도 좋지만 지금의 나와 내 주변을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나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 더 좋았다. 실제로 영화 속 칼은 무사히 모험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더 이상 무기력한 삶을 살지 않고 진취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업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눈물 쏙 뺀다는 픽사의 레전드 5분은 안 본 사람이 없어야 한다. 엘리와 칼의 결혼생활 일대기는 정말 특별할 것 없이 우리들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어서 더 와닿는 것 같다. 워낙 유명한 명작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도 해서,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픽사의 5분 명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니, 꼭 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도 이쯤에서 글을 마치고 오늘 n번째 복습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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