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생기고 무서운 괴물이야!
슈렉은 늪지대에서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녹색 괴물이다. 친구도 가족도 없다. 동화책은 화장실 휴지 대신 쓰고, 자신의 늪에서 진흙 목욕을 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본인의 얼굴을 무섭게 그려 둔 "접근금지" 표지판도 세운다. 그런 한편, 파쿠아드의 명으로 동화 속 캐릭터들을 거래하는 장소에서 한 노파가 말하는 당나귀 동키를 팔러 내놓는다. 그러나 동키는 말을 하지 않아 노파가 난동을 부리게 되고, 그로 인해 팅커벨이 들어있는 병에 맞아 마법에 걸려 날아가던 중 추락하여 경비병들의 추격을 받고 도망친다. 그러다 슈렉과 부딪히게 되고, 슈렉은 경비병들을 쫓아준다. 그렇게 동키는 슈렉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슈렉을 따라 함께하게 된다. 동키가 귀찮았던 슈렉은 동키를 쫓기 위해 별의별 수를 다 쓰지만 모두 실패하고, 하룻밤만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그날 밤 슈렉은 동키를 집 밖에서 재우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이상한 느낌을 받아 주위를 살피게 되는데, 온갖 동화 속 주인공들에 의해 슈렉의 집이 점령당하게 되었다. 이에 슈렉은 모두 돌려보내려 하지만, 그들은 파쿠아드 영주에게 쫓겨나 돌아갈 수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이도 저도 못하게 된 슈렉은 반강제로 파쿠아드 영주를 만나 동화 주인공들이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에 슈렉은 반드시 성공해서 너희들을 다 쫓아버리겠다고 엄포하고 동키와 함께 파쿠아드 영주를 만나러 둘락으로 떠난다.
파쿠아드 영주는 왕이 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줄 공주를 결혼상대로 찾고 있는 중이었다. 미녀와 야수의 벨, 백설공주의 스노우화이트 등 여러 명이 후보에 올랐지만 파쿠아드는 용이 살고 있는 탑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맘에 들어했다. 그러나 직접 구할 생각은 없었던 파쿠아드 영주는 피오나 공주를 구해올 용사를 선발하기 위한 토너먼트를 개최한다. 이때 파쿠아드 영주를 만나기 위해 둘락에 도착한 슈렉과 동키 일행이 난입하게 되고, 파쿠아드 영주는 슈렉을 죽이라며 용사들에게 미션을 주지만 모두 슈렉에게 패배하고 만다. 파쿠아드 영주는 당황했지만, 발상을 전환하여 슈렉에게 용이 있는 탑에 가서 공주를 구해오면 늪지대의 불청객들을 모두 없애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슈렉도 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슈렉은 동키와 함께 용의 탑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떠난다.
힘겹게 성에 도착했을 때, 용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슈렉은 이 틈을 타 공주를 빨리 구하려고 하지만, 동키가 용을 깨워버리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성 꼭대기에는 피오나 공주가 자신을 구하러 올 왕자와의 로맨틱한 순간을 기다리며 누워 있었다. 이에 슈렉은 자신은 파쿠아드 영주의 명으로 공주를 구하러 온 기사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러나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이 잘생긴 왕자님이 아니었다는 점과, 심지어 자신을 직접 구하러 오지도 않고 남을 시켰다는 것에 크게 실망한 피오나 공주는 함께 가길 거부하고, 이에 슈렉은 피오나 공주를 억지로 성에서 데리고 나와 둘락으로 향한다. 그렇게 슈렉과 동키, 그리고 피오나 공주 셋의 여정이 시작된다.
동화 비꼬기의 정석
슈렉은 2001년에 개봉한 영화로 20년도 더 되었지만, 지금 다시 봐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스토리도 그래픽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명작이다. 슈렉은 당시에 우리가 디즈니를 통해 은연중에 학습하고 있던 "예쁘고 잘생기고 멋있고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는 주인공들", "공주는 예쁘고 조신해야 해", "왕자는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영웅다워야 해"라는 일종의 공식과 관습들을 정면으로 시원하게 깨부숴버린다. 괴팍한 성격에 못생김을 뛰어넘어 괴물의 모습을 한 남자 주인공과, 스포일러로 인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공주까지 슈렉 영화의 캐릭터 설정은 지금 봐도 감탄스럽다. 영화 속 음악 스타일도 디즈니와 확연히 다른데, 디즈니가 화려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강조한 꿈과 희망 가득한 노래였다면, 슈렉은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명곡들을 영화 속에 기가 막히게 녹여내 그 분위기가 완전히 색다르다. 옛날 팝 좀 들어본 사람이라면 슈렉 영화 속 ost로 인해 한층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동심을 되돌려주고 딱딱해진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디즈니와 다르게, 딱딱해진 마음의 어딘가가 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깨부숴주는 톡 쏘는 매력의 드림웍스 영화 슈렉, 꼭 한 번 보길 바라며 짧은 감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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