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표가 뚜렷한 조의 갑작스러운 죽음
조는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비정규직 교사이다. 조는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듣게 된 재즈 공연을 계기로, 언젠가 자신도 멋진 무대에서 재즈 공연을 하게 될 날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제자로부터 유명한 재즈 음악가인 도로시 윌리엄스의 밴드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공석인 피아니스트 석의 오디션을 제안받고 단숨에 달려간다. 조가 중학교 교사임에 실망했던 도로시는 그에게 마지못해 기회를 주게 되는데, 그녀의 예상과 달리 조는 너무나 훌륭한 연주자였고, 조의 실력에 모두가 감탄하여 당장 저녁 공연부터 함께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가던 조 가드너는 갑자기 맨홀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 뒤 깨어난 조는 자신이 영혼 상태로 저승길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조 가드너는 죽음을 거부하며 탈출을 시도하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지고 만다.
22번과의 극적인 만남, 그리고 동행
태어나기 전의 세상은 영혼들이 지구로 태어나기 전 성격을 부여받는 곳으로, 모든 준비가 되어 통행권을 받게 되면 지구에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조는 지구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 후,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몇 번이나 몸을 던지지만 통행권이 없어 모두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조를 멘토로 착각한 한 제리에 의해 '유 세미나'라는 곳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곧 태어날 영혼을 교육시킬 업무를 받는다. 조는 처음엔 완강히 거부하지만, 계속 거부하면 죽게 된다는 말에 아무 이름표나 갖다 붙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보겐슨이라는 영혼으로 오해받게 된 조는 천방지축 영혼 22번과 짝꿍이 된다. 그러나 22번은 열정 결여로 인해 불꽃을 찾지 못해 계속 지구로 내려가길 거부하는 상태였다. 이에 조는 자신이 불꽃을 찾게 도와줄 테니, 22번의 통행권을 자신에게 달라는 묘안을 제안하고, 22번도 흔쾌히 수락한다. 그렇게 둘은 여기저기 다니며 불꽃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전부 실패하고, 22번의 안내로 박스공간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음악, 스포츠, 미술 등등 뭔가에 몰두해 각성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22번은 그들을 괴롭히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개중에 과하게 열정적으로 집착하여 괴물이 된 영혼에게 쫓기게 되고, 그러한 영혼들을 정화해주는 문윈드에 의해 구조받는다. 그 후, 문윈드의 도움을 받아 조 가드너의 몸이 아직 병원에 누워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는데, 문윈드의 경고를 무시한 조 가드너와 22번 영혼은 함께 영혼 상태로 지상에 떠내려가게 되고 만다. 그렇게 영혼상태로 내려온 조 가드너와 22번 영혼은 서서히 정신을 차리게 되고, 조 가드너는 고양이의 몸으로, 22번 영혼은 조가드너의 몸으로 잘못 들어가 당황하게 된다. 이에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이던 22번 영혼을 달래기 위해 가드너는 피자를 주게 되고 22번 영혼은 이 전에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뒤바뀐 둘은 무사히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조 가드너는 다시 재즈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적과 목표가 없는 삶도 괜찮다
이 영화는 목적과 목표가 없더라도 살아갈 마음의 준비만 되어있으면 괜찮다고 한다. 사실 나는 어떤 것에도 크게 의미 두지 않는 성격이라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땐,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내 삶의 의미나 목적을 심오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만을 바라면서 그날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편이기 때문에 조의 절실한 삶의 태도나 이런 것들이 막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현생에서 난 22번 영혼인 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최근에 조금 힘든 일을 겪으면서 영화를 두 번 세 번 곱씹어 본 후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지극히 동의한다. 하고 싶은 것 좀 없으면 어때, 되고 싶은 것 좀 없으면 어때, 내가 살아보겠다는데. 문득 예전에 고 신해철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여러분, 여러분은 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여러분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은 보너스 게임이에요. 보너스 게임을 즐기세요.' 삶에서 지나치게 열정을 쫓다 지쳐버린 사람들, 그리고 아직 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왕님의 이 말과 이 영화를 선사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내려놔도 좋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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