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추억여행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픽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로 '월 E'를 뽑았다. 나도 진짜 좋아해서 꽤 여러 번 본 영화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보고 추억에 젖게 되었다. 언제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월 E의 뜻밖의 모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최후의 지구 청소 로봇
월 E는 쓰레기로 더 이상 아무도 살 수 없게 된 지구에서 청소를 하며 지내는 최후의 로봇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바퀴벌레. 지구에서 월 E와 함께 살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월 E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낭만과 재미를 찾아내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다. 손재주도 좋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아둔 부품을 모았다가 어디 고장이라도 나면 뚝딱뚝딱 야무지게 고치기도 한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보내면서 여느 때와 같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지구에 내려온 이브 로봇을 보게 되고 첫눈에 반한다. 이브는 지구에서 생명체를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하러 인간들의 우주선에서 보낸 최신형 로봇으로, 처음엔 월 E를 보고 매우 경계한다. 그러나 따뜻하고 순수한 월 E를 보며 이브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둘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월 E가 살고 있는 트레일러에 놀러 온 이브는 월 E가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 보관하고 있던 조그만 장화 속 새싹을 발견하게 되고, 생명체 반응으로 인해 자동으로 새싹을 챙겨 보호 모드에 돌입한다. 그런 이브를 보고 월 E는 놀라서 영문도 모른 채 이브를 살려보겠다고 애를 쓰지만, 별 반응이 없자 깨어날 때까지 곁을 지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할 때나 쉴 때나 항상 이브를 데리고 다녔다. 착하고 순수한 월 E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한다.
뜻하지 않게 시작된 모험
그러던 중,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지구에 이브를 데리러 오고 이브는 우주선에 몸을 싣게 된다. 상황 파악을 전혀 못한 우리의 월 E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 이브와 헤어질 수 없어 무작정 쫓아가다 함께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이브는 우주선에 탑승하자마자 선장실로 옮겨져 새싹을 보고하게 되고, 선장은 이를 보고 지구에 가려한다. 그러나 오토 파일럿 시스템이 이를 반대하고, 우주선의 지구 귀환을 방해한다. 오토 파일럿은 우주선 안에 사람들을 가둬 놓고 모든 편의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로 만든 뒤, 본인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세기를 거치며 인간은 우주선 내 로봇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과 마음으로 변해 있었다. 과연 인간들은 오토파일럿의 방해를 딛고 지구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지? 월 E와 이브의 우정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아직도 월 E를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보길 바란다.
소중한 지구에게, 나에게 지금부터라도 잘해주자
그냥 보기에는 귀요미 지구 청소 로봇의 우정과 모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속에 담긴 이야기가 아주 많다. 첫 번째로는 환경오염. 영화의 배경부터 지구가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차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게 되어 지구를 떠나게 된 설정이다. 영화가 개봉한 무렵, 15년 전인 그때에도 멀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져 무서웠는데,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 동물들의 떼죽음 및 멸종 등을 수도 없이 겪고 있는 지금은 더 무섭게 느껴지고 이제 진짜 머지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늦었다고 시작한 지금부터, 나부터 앞장서서 지구를 덜 아프게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두 번째 이야기는 자립이다. 자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 경제적 독립,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그것이다. 월 E에 나오는 인간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모든 편의를 로봇이 제공해주기 때문에 혼자서는 한걸음 떼기도 힘들 정도로 살이 쪄있고, 어떤 것이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인공지능을 찾아 물어본다. 이는 사회문제로 떠오른 비만과 스마트폰 중독 및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지 않으면서 넘쳐나는 많은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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